2025-09-1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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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댓값은 각 사건의 값에 발생 확률을 곱한 후 모두 더한 값으로, 어떤 확률적 사건의 평균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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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투자, 보험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한지 판단하는 강력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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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댓값은 단 한 번의 시행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정확한 확률 추정과 위험에 대한 개인의 태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댓값 완벽 핸드북 불확실성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법
미래는 불확실하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 주식에 투자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보험 상품은 나에게 유리할까?” 이러한 질문들의 공통점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선택은 매우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때,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수학적 도구가 있다. 바로 **기댓값(Expected Value)**이다.
이 핸드북은 기댓값이 무엇인지,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안내서다. 동전 던지기 같은 단순한 예시부터 복잡한 투자 결정에 이르기까지, 기댓값의 세계를 깊이 탐험해 보자.
1. 기댓값의 탄생 배경 도박사의 편지에서 시작되다
기댓값이라는 개념은 17세기 프랑스의 도박사였던 ‘드 메레(de Méré)‘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당시 최고의 수학자였던 블레즈 파스칼에게 편지를 보내 두 가지 문제를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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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 한 개를 4번 던져서 6이 한 번 이상 나올 확률에 거는 것이 유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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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도박사가 게임을 하던 중 중단되었을 때, 판돈을 어떻게 분배해야 가장 공정한가?
첫 번째 문제는 비교적 간단했지만, 두 번째 ‘점수 문제(Problem of points)‘는 당시 수학자들을 고심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5판 3선승제 게임에서 A가 2점, B가 1점을 얻은 상태에서 게임이 중단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판돈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스칼은 또 다른 위대한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들은 단순히 현재 점수(2:1)로 나누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게임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었을 경우 각 플레이어가 최종적으로 우승할 확률을 계산하여 그 확률에 비례하게 판돈을 나누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각 결과가 발생할 확률’과 ‘그 결과에 따르는 보상’을 함께 고려하여 어떤 값의 ‘기대치’를 계산하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이것이 바로 기댓값의 시초이며, 확률론이라는 새로운 수학 분야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기댓값은 도박의 판돈을 공정하게 나누려는 시도에서 태어난, ‘합리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2. 기댓값의 구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기댓값은 간단히 말해 **“어떤 확률적 사건을 무한히 반복했을 때,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값”**이다. 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핵심적인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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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변수 (Random Variable, X): 어떤 시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각의 결과(사건)에 해당하는 값.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질 때 나올 수 있는 눈금 (1, 2, 3, 4, 5, 6)이 확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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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Probability, P(x)): 확률 변수의 각 값이 나타날 가능성. 공정한 주사위의 경우 각 눈금이 나올 확률은 모두 1/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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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값 (Value, x): 각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얻게 되는 구체적인 보상이나 손실. 주사위 눈금만큼 상금을 받는다면, 결과값은 1원, 2원, …, 6원이 된다.
기댓값 E(X)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한다.
E(X) = Σ [ x * P(x) ] (기댓값 = 각 사건의 결과값 ×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의 총합)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 계산은 매우 직관적이다. 주사위를 한 번 던져서 나오는 눈금만큼 상금을 받는 게임의 기댓값을 계산해 보자.
확률 변수 (X) (눈금) | 결과값 (x) (상금) | 확률 (P(x)) | x * P(x) |
---|---|---|---|
1 | 1원 | 1/6 | 1/6 원 |
2 | 2원 | 1/6 | 2/6 원 |
3 | 3원 | 1/6 | 3/6 원 |
4 | 4원 | 1/6 | 4/6 원 |
5 | 5원 | 1/6 | 5/6 원 |
6 | 6원 | 1/6 | 6/6 원 |
합계 | 1 | 21/6 = 3.5원 |
이 게임의 기댓값은 3.5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주사위를 한 번 던져서 3.5라는 눈금이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을 수백, 수천 번 반복하면, 한 판당 평균적으로 3.5원의 상금을 얻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이 게임의 참가비가 3.5원보다 비싸다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고, 3.5원보다 싸다면 이득을 볼 것이다.
3. 기댓값의 활용법 불확실한 세상 항해하기
기댓값은 이론적인 개념을 넘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실용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가. 투자 결정: 위험과 수익의 균형 잡기
투자의 세계는 기댓값이 가장 빛을 발하는 무대다. 모든 투자는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다양한 경제 시나리오(호황, 보통, 불황)가 발생할 확률과 각 시나리오별 예상 수익률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의 기댓값을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주식에 투자했을 때의 시나리오별 예상 수익률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경제 시나리오 | 발생 확률 | A 주식 예상 수익률 | 기대 수익률 |
---|---|---|---|
호황 | 20% (0.2) | +50% | 0.2 * 50% = 10% |
보통 | 50% (0.5) | +10% | 0.5 * 10% = 5% |
불황 | 30% (0.3) | -30% | 0.3 * -30% = -9% |
합계 | 100% (1.0) | 10% + 5% - 9% = 6% |
이 계산에 따르면, A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6%다. 투자자는 이 기댓값을 은행 예금 이자율이나 다른 투자 상품의 기대 수익률과 비교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이 계산은 각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과 예상 수익률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진다.
나. 보험: 위험 관리의 수학
보험 산업은 기댓값의 원리 위에 세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사는 수많은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사고(사망, 질병, 화재 등)가 발생할 확률을 계산한다. 그리고 이 확률과 사고 발생 시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곱하여 ‘기대 손실액’을 산출한다.
보험사의 기대 손실액 = 사고 발생 확률 × 평균 보험금 지급액
보험사는 이 기대 손실액에 사업 운영비와 이익을 더하여 고객에게 청구할 보험료를 책정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자신의 기대 손실액보다 크기 때문에 기댓값만 보면 손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은 확률이지만 한 번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손실(Risk)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보험료를 지불한다. 즉,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의 큰 손실을 확실한 현재의 작은 비용으로 바꾸는, 위험 회피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 비즈니스 전략: 신제품 출시부터 마케팅까지
기업은 항상 제한된 자원으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다. 기댓값은 이런 비즈니스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10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신제품을 출시하려 한다. 시장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예측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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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시나리오: 성공 확률 60%, 예상 이익 5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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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시나나리오: 실패 확률 40%, 예상 이익 0원 (개발비 10억 손실)
이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의 기댓값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기대 이익 = (성공 시 이익 × 성공 확률) + (실패 시 이익 × 실패 확률) - 개발비 E(X) = (50억 원 × 0.6) + (-10억 원 × 0.4) E(X) = 30억 원 - 4억 원 = 26억 원
기댓값이 0보다 훨씬 큰 26억 원이므로, 이 프로젝트는 재무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실제 결정에는 시장 경쟁, 브랜드 이미지, 기술적 리스크 등 다른 정성적인 요소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4. 심화 탐구 기댓값의 이면
기댓값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가지 추가적인 개념과 한계를 알아야 한다.
가. 기댓값 vs. 평균값
기댓값은 종종 ‘평균(Average)‘과 혼동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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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이미 일어난 사건들의 결과를 산술적으로 계산한 값이다. (과거 지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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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댓값: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의 결과에 대한 확률 가중 평균이다. (미래 지향적 예측)
예를 들어, 주사위를 10번 던져서 나온 눈금들의 합을 10으로 나눈 것이 ‘평균’이라면,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어떤 값이 나올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기댓값’(3.5)이다.
나. 큰 수의 법칙 (The Law of Large Numbers)
“왜 카지노는 항상 돈을 버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큰 수의 법칙’에 있다. 큰 수의 법칙이란, 어떤 독립적인 시행을 충분히 많이 반복하면 그 결과의 평균이 기댓값에 가까워진다는 원리다.
카지노의 모든 게임(룰렛, 블랙잭 등)은 플레이어에게 약간 불리하고 카지노에게 약간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카지노 입장에서 모든 게임의 기댓값은 항상 0보다 약간 크다. 한두 번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큰돈을 딸 수도 있지만, 수백만, 수천만 번의 게임이 밤낮으로 계속되면 그 결과의 평균은 카지노의 기댓값으로 수렴하게 된다. 따라서 카지노는 장기적으로 절대 돈을 잃지 않는 구조다.
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 (St. Petersburg Paradox)
기댓값만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명한 역설이다. 다음과 같은 게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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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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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던져서 앞면(H)이 나올 때까지 계속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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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n번째에 처음으로 앞면이 나오면, 2^n 원의 상금을 받는다.
이 게임의 기댓값을 계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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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n=1)에 앞면이 나올 확률: 1/2, 상금: 2¹ = 2원 → 기대 상금: (1/2) * 2 = 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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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n=2)에 앞면이 나올 확률: 1/4, 상금: 2² = 4원 → 기대 상금: (1/4) * 4 = 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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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n=3)에 앞면이 나올 확률: 1/8, 상금: 2³ = 8원 → 기대 상금: (1/8) * 8 = 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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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
이 게임의 총 기댓값은 1 + 1 + 1 + … = ∞ (무한대)이다. 수학적으로 이 게임의 가치는 무한대이므로, 얼마를 내고서라도 참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에게 이 게임의 참가비로 100만 원을 내라고 한다면, 선뜻 응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절할 것이다.
이 역설은 돈의 절대적인 액수보다, 돈에서 얻는 ‘주관적인 만족감’ 또는 **효용(Utility)**이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1억 원을 가진 사람에게 1만 원이 주는 만족감과, 1만 원밖에 없는 사람에게 1만 원이 주는 만족감은 전혀 다르다. 이처럼 기댓값은 ‘위험에 대한 개인의 태도’나 ‘효용의 한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5. 결론: 현명한 의사결정자를 위한 안내서
기댓값은 불확실성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다. 미래를 100% 예측해 주지는 않지만,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지 알려주는 합리적인 지표다.
도박사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이제 경제, 금융, 보험, 과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관리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댓값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기댓값은 수많은 반복을 가정한 장기적인 평균일 뿐, 단 한 번의 선택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기댓값의 신뢰도는 우리가 얼마나 정확한 확률과 결과값을 입력하는지에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 보여주듯, 모든 사람이 기댓값만으로 움직이는 ‘합리적인 기계’는 아니다. 때로는 작은 확률의 큰 행복을 좇거나, 기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위험을 피하려는 인간적인 심리 또한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다.
따라서 기댓값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계산 결과와 함께, 그 안에 담긴 가정과 한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위험 감수 성향과 최종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확실성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기댓값 핸드북이 유용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