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1 12:47

  • 리팩토링은 겉으로 보이는 기능 변화 없이 코드의 내부 구조를 개선하여 가독성을 높이고 유지보수를 용이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 성공적인 리팩토링은 체계적인 절차와 테스트 코드에 기반하며, ‘코드 스멜’이라는 나쁜 징후를 식별하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 리팩토링은 단기적인 비용이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버그 감소, 개발 속도 향상 등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필수적인 개발 습관입니다.

당신의 코드를 구원할 리팩토링 완벽 핸드북 개념부터 실전 기술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완벽해 보였던 코드도 시간이 지나고 기능이 추가되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마치 잘 정돈된 방이 시간이 지나며 어질러지는 것처럼 말이죠.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리팩토링(Refactoring)‘입니다.

이 핸드북은 리팩토링의 개념부터 시작하여, 왜 필요한지, 언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여러분의 코드를 더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1. 리팩토링은 왜 만들어졌을까? (탄생 배경)

초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일단 돌아가게 만들자’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기능 구현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코드의 내부 구조나 품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 수정의 어려움: 코드가 스파게티처럼 얽혀있어 작은 기능을 하나 수정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버그가 터져 나왔습니다. (Side Effect)

  • 이해의 어려움: 코드를 작성한 개발자 본인조차 시간이 지나면 코드를 이해하기 어려워졌고, 새로운 팀원이 합류하면 코드를 파악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 확장의 어려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고 할 때, 기존 코드의 어디를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막막해지고, 결국 코드를 거의 새로 짜는 수준의 작업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기술 부채(Technical Debt)‘라고 부릅니다. 당장의 빠른 개발을 위해 품질을 타협했지만, 결국 미래에 더 큰 비용(시간과 노력)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 쌓인 것입니다.

마틴 파울러(Martin Fowler)와 같은 선구적인 개발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소프트웨어의 동작은 바꾸지 않으면서, 내부 구조를 변경하여 이해하고 수정하기 쉽게 만드는” 행위를 ‘리팩토링’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들을 집대성했습니다.

비유: 리팩토링은 ‘가구 재배치’와 같습니다. 방의 기능(거실, 침실)은 그대로지만, 가구 배치를 바꾸고 어지러운 물건을 정리하여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찾기 쉽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동작은 그대로지만, 코드를 더 깔끔하고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죠.

2. 리팩토링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리팩토링의 핵심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결과의 변경 없이 코드의 구조를 재조정함”

많은 사람들이 리팩토링을 다른 활동과 혼동하곤 합니다.

  • 리팩토링 vs. 성능 최적화: 리팩토링은 가독성과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춥니다. 성능이 개선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주된 목표는 아닙니다. 성능 최적화는 명확한 성능 목표를 가지고 코드의 실행 속도를 개선하는 별개의 작업입니다.

  • 리팩토링 vs. 버그 수정: 리팩토링 과정에서 버그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리팩토링 자체는 버그를 수정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리팩토링은 ‘정상 동작하는 코드’를 대상으로 합니다.

  • 리팩토링 vs. 재작성(Rewriting): 리팩토링은 점진적으로, 작은 단계들을 밟아가며 코드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반면 재작성은 기존 코드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재작성은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3. 언제 리팩토링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리팩토링을 위한 최적의 시점은 언제일까요?

  • 3의 법칙 (The Rule of Three): 처음에는 그냥 코드를 작성합니다. 두 번째로 비슷한 일을 하게 되면, 복사-붙여넣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로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중복을 제거하기 위해 리팩토링을 해야 합니다.

  • 기능을 추가하기 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전에 기존 코드를 정리하면, 새로운 기능을 더 쉽고 명확하게 추가할 수 있습니다. 지저분한 땅에 새 건물을 짓기보다,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과 같습니다.

  • 버그를 수정할 때: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코드를 깊이 들여다볼 때, 코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이때가 바로 리팩토링을 통해 코드 품질을 개선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 코드 리뷰를 할 때: 동료의 코드를 리뷰하거나, 내 코드를 리뷰 받을 때 리팩토링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렇게 개선하면 더 명확해지겠네요”와 같은 피드백은 훌륭한 리팩토링의 시작점이 됩니다.

리팩토링은 ‘나중에 날 잡아서 해야지’라고 미루는 작업이 아니라, 개발 과정 중에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4. 어떻게 리팩토링 하는가? (코드 스멜과 처방)

안전하고 효과적인 리팩토링은 체계적인 절차를 따릅니다.

리팩토링의 기본 절차

  1. 테스트 코드 확보: 리팩토링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안전망’입니다. 내가 코드를 변경해도 기존 기능이 깨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장해 줄 자동화된 테스트 코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테스트 코드가 없다면 리팩토링을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2. 작은 변경: 한 번에 하나의 작은 리팩토링 기법만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메서드 추출’ 하나만 수행합니다.

  3. 테스트 실행: 변경을 가한 직후, 바로 전체 테스트를 실행하여 모든 것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확인합니다.

  4. 반복: 위 2, 3번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코드를 개선해 나갑니다.

코드 스멜: 리팩토링이 필요한 징후

마치 음식이 상하면 냄새가 나듯, 코드에도 문제가 있을 때 풍기는 ‘냄새(Code Smell)‘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냄새를 맡고, 적절한 리팩토링 기법으로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코드 스멜과 그에 대한 일반적인 리팩토링 처방입니다.

코드 스멜 (Code Smell)설명대표적인 리팩토링 기법
거대한 놈들 (Bloaters)
긴 메서드 (Long Method)하나의 메서드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코드가 수십, 수백 줄에 달하는 경우.메서드 추출 (Extract Method): 코드의 일부를 새로운 메서드로 분리.
거대 클래스 (Large Class)하나의 클래스가 너무 많은 책임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클래스 추출 (Extract Class): 클래스의 일부를 새 클래스로 분리.
원시 타입 집착 (Primitive Obsession)전화번호, 금액, 단위 등 의미 있는 데이터를 단순 문자열이나 숫자로만 다루는 경우.값을 객체로 변환 (Replace Primitive with Object): 원시 타입을 의미 있는 객체로 포장.
긴 매개변수 목록 (Long Parameter List)메서드에 전달하는 매개변수가 3~4개를 넘어가는 경우.매개변수 객체화 (Introduce Parameter Object): 매개변수들을 하나의 객체로 묶음.
데이터 뭉치 (Data Clumps)여러 곳에서 항상 함께 나타나는 데이터 그룹 (예: 시작일, 종료일).클래스 추출 (Extract Class): 데이터 뭉치를 자신만의 클래스로 만듦.
객체 지향 원칙 위반 (Object-Orientation Abusers)
Switch 문 (Switch Statements)유사한 형태의 switch 문이 여러 곳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형성으로 전환 (Replace Conditional with Polymorphism): 조건문을 하위 클래스나 전략 패턴으로 대체.
임시 필드 (Temporary Field)클래스의 인스턴스 변수(필드)가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경우.클래스 추출 (Extract Class): 임시 필드와 관련된 코드를 새 클래스로 옮김.
상속 거부 (Refused Bequest)부모 클래스의 메서드나 데이터 중 일부만 필요하고 나머지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상속을 위임으로 전환 (Replace Inheritance with Delegation)
변경을 막는 놈들 (Change Preventers)
발산적 변경 (Divergent Change)하나의 클래스가 서로 다른 이유로 자주 변경되는 경우.클래스 추출 (Extract Class): 변경의 이유에 따라 클래스를 분리.
산탄총 수술 (Shotgun Surgery)작은 변경 하나를 위해 여러 클래스를 조금씩 수정해야 하는 경우.메서드/필드 이동 (Move Method/Field): 관련된 코드들을 한 클래스로 모음.
불필요한 놈들 (Dispensables)
주석 (Comments)코드가 복잡해서 어쩔 수 없이 다는 주석. 좋은 코드는 주석 없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함.메서드 추출 (Extract Method), 변수명 변경 (Rename Variable): 코드를 명확하게 만들어 주석을 불필요하게 만듦.
중복 코드 (Duplicate Code)똑같거나 거의 비슷한 코드가 여러 곳에 존재하는 경우.메서드 추출 (Extract Method), 상위 클래스로 메서드 이동 (Pull Up Method)
죽은 코드 (Dead Code)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는 코드.죽은 코드 제거 (Remove Dead Code)
쓸데없이 엮인 놈들 (Couplers)
기능 편애 (Feature Envy)한 메서드가 자신이 속한 클래스의 데이터보다 다른 클래스의 데이터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메서드 이동 (Move Method): 해당 메서드를 데이터가 있는 클래스로 이동.
부적절한 친밀함 (Inappropriate Intimacy)두 클래스가 서로의 내부 구현에 너무 깊이 의존하는 경우.메서드/필드 이동 (Move Method/Field), 클래스 추출 (Extract Class)
메시지 체인 (Message Chains)a.getB().getC().doSomething()처럼 객체를 통해 계속 다른 객체를 요청하는 코드.체인 숨기기 (Hide Delegate): 중간 객체에 위임 메서드를 만들어 체인을 숨김.

5. 리팩토링을 도와주는 도구들

현대의 통합 개발 환경(IDE)은 강력한 자동 리팩토링 기능을 제공합니다.

  • IntelliJ IDEA, Eclipse (Java)

  • Visual Studio, Rider (C#)

  • VS Code (JavaScript, Python 등)

이러한 도구들은 ‘메서드 추출’, ‘변수명 변경’ 등과 같은 기본적인 리팩토링을 단축키 한 번으로 안전하게 수행해 줍니다. 변수명을 바꾸면 해당 변수를 사용하는 모든 곳의 이름을 한 번에 바꿔주는 식입니다. 이런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리팩토링 과정의 실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6. 심화 내용: 리팩토링의 더 넓은 세계

  • 리팩토링과 디자인 패턴: 리팩토링은 종종 코드를 더 나은 디자인 패턴으로 이끄는 과정이 됩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조건문을 리팩토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략 패턴(Strategy Pattern)‘이나 ‘상태 패턴(State Pattern)‘을 적용하게 될 수 있습니다.

  • 데이터베이스 리팩토링: 애플리케이션 코드뿐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도 리팩토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더 복잡하고 위험하지만, 시스템 전체의 건강성을 위해 필요합니다.

  • 애자일(Agile)과 TDD: 리팩토링은 애자일 개발 방법론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특히 테스트 주도 개발(TDD)은 ‘Red-Green-Refactor’라는 사이클을 따릅니다. (실패하는 테스트 작성 테스트 통과 코드 리팩토링) 이처럼 리팩토링은 현대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7. 결론: 리팩토링은 습관이다

리팩토링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프로 개발자의 일상적인 코딩 활동의 일부입니다. 캠핑을 갔을 때, “처음 왔을 때보다 더 깨끗하게 만들고 떠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코드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고 이해하기 쉬운 코드를 남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리팩토링에는 초기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고, 때로는 경영진이나 관리자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버그를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며, 팀 전체의 개발 속도를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의 코드에 쌓인 ‘기술 부채’를 ‘리팩토링’이라는 건강한 습관으로 청산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깨끗하고 견고한 코드는 개발자에게 가장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레퍼런스(References)

리팩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