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 23:44

  • API 명세서는 개발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위한 필수적인 설계 문서이다.

  •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API 명세서는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 대표적인 API 명세서 표준으로는 OpenAPI Specification (OAS)과 RAML 등이 있으며,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작성하고 관리할 수 있다.

API 명세서 완벽 정복 핸드북 개발자 필독 가이드


1. API 명세서, 왜 만들어졌을까? 디지털 세상의 소통 규칙

과거, 소프트웨어는 거대한 단일 덩어리(Monolithic Architecture)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기능이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얽혀 있어 작은 수정 하나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마치 거대한 젠가 블록과 같은 구조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고, 개발 속도도 더뎠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거대한 서비스를 기능별로 잘게 쪼개어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레고 블록처럼 각각의 블록(서비스)을 따로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조립하여 하나의 완성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상상하면 쉽다.

이렇게 서비스를 분리하자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바로 분리된 서비스 간의 소통 문제다. 각 서비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기능을 호출하기 위한 명확한 약속이 필요해졌다. A 서비스가 B 서비스에게 “사용자 정보를 줘”라고 요청할 때, 어떤 형식으로 요청해야 하는지, B 서비스는 어떤 형식으로 응답해 주는지에 대한 규칙 말이다.

이러한 서비스 간의 소통 규칙을 명확하게 정의한 문서가 바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명세서다. 마치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번역기나 사전이 필요한 것처럼, 서로 다른 서비스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번역기’ 또는 ‘사용 설명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API 명세서가 없다면 개발자들은 서로의 코드를 직접 들여다보거나,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개발 생산성 저하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API 명세서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시대의 필연적인 산물이며, 분산된 시스템 환경에서 개발자 간의 원활한 협업과 효율적인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소통 도구라고 할 수 있다.


2. API 명세서의 구조 해부: 무엇이 담겨있을까?

잘 작성된 API 명세서는 마치 상세한 요리 레시피와 같다. 어떤 재료(데이터)를 어떻게 손질(요청)해서 어떤 결과물(응답)을 만들어내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API 명세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다.

2.1. 기본 정보 (Info)

API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담는 부분이다.

  • 제목 (Title): API의 이름. (예: ‘사용자 관리 API’)

  • 설명 (Description): API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간략하게 설명. (예: ‘사용자 정보 조회, 등록, 수정, 삭제 기능을 제공하는 API’)

  • 버전 (Version): API의 버전 정보. (예: ‘v1.0.0’) API는 계속해서 개선되므로 버전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2.2. 서버 정보 (Servers)

API를 호출할 수 있는 서버의 주소(URL) 정보를 담는다. 개발 환경, 테스트 환경, 운영 환경 등 다양한 환경에 따라 여러 서버 URL을 명시할 수 있다.

  • URL: API 서버의 기본 주소. (예: https://api.example.com/v1)

  • 설명 (Description): 각 서버 환경에 대한 설명. (예: ‘개발용 테스트 서버’)

2.3. 경로 (Paths)

API가 제공하는 각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Endpoint)를 정의하는 부분이다. 웹사이트의 URL 주소처럼, 각 경로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 경로 (Path): 특정 리소스에 접근하기 위한 경로. (예: /users/{userId}) {userId}처럼 중괄호로 묶인 부분은 ‘경로 변수(Path Variable)‘로, 동적으로 변하는 값을 의미한다.

  • HTTP 메소드 (Method): 해당 경로에서 수행할 수 있는 동작을 정의.

    • GET: 리소스 조회 (예: 사용자 정보 가져오기)

    • POST: 리소스 생성 (예: 새로운 사용자 등록하기)

    • PUT / PATCH: 리소스 수정 (예: 사용자 정보 업데이트하기)

    • DELETE: 리소스 삭제 (예: 사용자 계정 삭제하기)

2.4. 요청과 응답 (Request & Response)

각 경로와 HTTP 메소드 조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주고받는지 정의하는, API 명세서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 요약 (Summary) 및 설명 (Description): 해당 API 기능에 대한 간략한 요약과 상세한 설명.

  • 파라미터 (Parameters): API를 호출할 때 전달해야 하는 값들에 대한 정의.

    • 경로 파라미터 (Path Parameter): 경로에 포함되는 변수. (예: /users/{userId}userId)

    • 쿼리 파라미터 (Query Parameter): 경로 뒤에 ?와 함께 붙는 값. 정렬, 필터링, 페이징 등에 주로 사용. (예: /users?page=1&limit=10)

    • 헤더 파라미터 (Header Parameter): HTTP 요청 헤더에 포함되는 값. 인증 토큰(Authorization) 등에 주로 사용.

    • 쿠키 파라미터 (Cookie Parameter): HTTP 요청 쿠키에 포함되는 값.

  • 요청 본문 (Request Body): POST나 PUT 메소드처럼 리소스를 생성하거나 수정할 때, 서버로 전송하는 데이터 본문에 대한 설명. 주로 JSON 형식을 사용하며, 데이터의 구조(Schema)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 응답 (Responses): API 호출 결과로 서버가 반환하는 응답에 대한 정의.

    • HTTP 상태 코드 (Status Code): 응답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 코드.

      • 200 OK: 요청 성공

      • 201 Created: 리소스 생성 성공

      • 400 Bad Request: 잘못된 요청

      • 401 Unauthorized: 인증 실패

      • 404 Not Found: 리소스를 찾을 수 없음

      • 500 Internal Server Error: 서버 내부 오류

    • 응답 본문 (Response Body): 성공 또는 실패 시 반환되는 데이터의 구조(Schema)를 정의.

2.5. 데이터 스키마 (Schemas / Components)

API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 모델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정의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User’라는 데이터 모델을 한 번 정의해두면, 사용자 생성 요청(Request), 사용자 정보 조회 응답(Response) 등 여러 곳에서 해당 스키마를 참조하여 일관성을 유지하고 중복을 피할 수 있다.


3. API 명세서 사용법: 어떻게 쓰고 활용할까?

API 명세서는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도구와 표준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작성하고 관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3.1. API 명세서 표준: OpenAPI Specification (OAS)

과거에는 API 명세서를 자유로운 형식(Free-form)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작성자마다 스타일이 달라 해석하기 어렵고, 기계가 읽을 수 없어 자동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OpenAPI Specification (OAS), 이전에는 Swagger Specification으로 불렸던 표준이다.

OAS는 RESTful API를 설명하기 위한 기계가 읽을 수 있는(Machine-readable) 표준 형식이다. YAML이나 JSON 형식을 사용하여 API의 모든 요소를 명확하고 구조적으로 정의한다. OAS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을 얻을 수 있다.

  • 일관성: 정해진 규칙에 따라 명세서를 작성하므로 누가 작성하든 일관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 자동화: 명세서를 기반으로 API 문서, 클라이언트 SDK, 서버 스텁(Stub) 코드 등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QA 엔지니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명세서를 통해 API의 동작 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YAML 형식의 OpenAPI Specification 예시:

YAML

openapi: 3.0.0
info:
  title: 간단한 사용자 API
  description: 사용자를 관리하는 기본 API입니다.
  version: 1.0.0
servers:
  - url: https://api.example.com/v1
paths:
  /users/{userId}:
    get:
      summary: 특정 사용자 정보 조회
      parameters:
        - name: userId
          in: path
          required: true
          schema:
            type: string
      responses:
        '200':
          description: 성공적인 응답
          content:
            application/json:
              schema:
                $ref: '#/components/schemas/User'
components:
  schemas:
    User:
      type: object
      properties:
        id:
          type: string
        name:
          type: string
        email:
          type: string
          format: email

3.2. API 명세서 작성 도구

OAS와 같은 표준을 손쉽게 작성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 Swagger UI: OAS 명세서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인터랙티브한 API 문서로 변환해주는 도구다. 개발자들은 이 문서를 통해 직접 API를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 Swagger Editor: 웹 기반 편집기로, OAS 명세서를 실시간으로 작성하고 문법 오류를 검사하며, 시각적인 문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 Postman: API 개발 및 테스트를 위한 강력한 플랫폼이다. API 요청을 보내고 응답을 확인하는 기능 외에도, API 명세서를 가져와(Import) 문서를 생성하고 테스트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

  • Stoplight: API 설계, 문서화, 목(Mock) 서버 구축 등 API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지원하는 협업 도구다. 시각적인 편집기를 제공하여 OAS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명세서를 작성할 수 있다.

3.3. API 우선(API-First) 접근 방식

전통적인 개발 방식에서는 백엔드 개발이 완료된 후에 API 명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프론트엔드 개발팀이 백엔드 개발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API 우선(API-First) 접근 방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먼저 API 명세서를 설계하고 합의하는 방식이다.

  1. 설계 및 합의: 기획자, 디자이너,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가 모두 모여 API의 구조와 동작 방식을 논의하고 명세서를 완성한다.

  2. 독립적인 개발: 완성된 명세서를 기반으로 백엔드팀은 실제 API 개발을 진행하고, 프론트엔드팀은 목(Mock) 서버를 사용하여 명세서에 정의된 대로 응답을 시뮬레이션하며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다. 목 서버는 실제 백엔드 API가 완성되기 전까지 가짜 데이터를 반환해주는 임시 서버다.

  3. 통합 및 테스트: 각 팀의 개발이 완료되면 실제 API를 연동하여 통합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방식을 통해 개발팀은 병렬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전체 개발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개발 초기에 잠재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어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4. 심화 내용: 더 나은 API 명세서를 위한 고민들

단순히 API의 기능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사용하기 쉽고 확장 가능하며 안정적인 API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세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몇 가지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4.1. RESTful API 디자인 원칙 준수

API 명세서는 REST(Representational State Transfer) 아키텍처 스타일의 원칙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 자원(Resource) 기반의 URL 설계: API의 모든 것은 ‘자원’으로 표현된다. URL은 자원을 식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며, 동사보다는 명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 GET /getUsers (X) GET /users (O))

  • HTTP 메소드의 명확한 사용: 각 HTTP 메소드(GET, POST, PUT, DELETE 등)의 의미에 맞게 기능을 정의해야 한다.

  • 적절한 HTTP 상태 코드 사용: API 호출 결과를 나타내는 상태 코드를 명확하고 일관되게 사용하여 클라이언트가 API의 처리 결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2. 명확하고 일관된 네이밍 컨벤션

API의 경로, 파라미터, 스키마 등에 사용되는 이름은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더라도 혼란을 줄이고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구분좋은 예시나쁜 예시
경로 (Path)/users, /users/{userId}/posts/getUserInfo, /getPostsForUser
쿼리 파라미터page, per_page, sort_bypageNum, listCount, order
JSON 속성camelCase (예: userName)snake_case, PascalCase 혼용

4.3. 상세한 에러 응답 정의

API는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입력값, 서버 오류 등 다양한 이유로 실패할 수 있다. 단순히 500 Internal Server Error와 같은 모호한 응답 대신, 실패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에러 응답 모델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에러 응답 예시:

JSON

{
  "error": {
    "code": "INVALID_PARAMETER",
    "message": "Invalid email format provided.",
    "target": "email"
  }
}

이렇게 구체적인 에러 코드를 제공하면 클라이언트(프론트엔드)는 코드에 따라 분기 처리를 하여 사용자에게 더 친절한 오류 메시지를 보여주거나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

4.4. 버전 관리 전략

서비스가 발전함에 따라 API도 변경될 수 있다. 기존 API를 사용하는 클라이언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버전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 URL 기반 버전 관리 (가장 일반적): /v1/users, /v2/users 와 같이 URL 경로에 버전을 명시하는 방식.

  • 헤더 기반 버전 관리: Accept: application/vnd.example.api.v1+json 과 같이 HTTP 요청 헤더에 버전을 명시하는 방식.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하위 호환성을 깨는 변경(Breaking Change)이 발생할 경우에는 반드시 메이저 버전을 올려 기존 클라이언트를 보호해야 한다.


5. 결론: API 명세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닌 성공적인 협업의 청사진

API 명세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복잡하게 얽힌 마이크로서비스의 세계에서 명확한 API 명세서는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등대와 같다. 개발자 간의 오해를 줄이고,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절감하며, 결과적으로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API 우선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OpenAPI Specification과 같은 표준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API 명세서를 작성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성공적인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핸드북이 여러분의 API 설계와 개발 여정에 훌륭한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