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9 21:10

  • 2025년 7월 미국은 연방 차원의 최초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인 ‘지니어스법안(GENIUS Act)‘을 제정했다.

  •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1:1 준비금 보유를 의무화하고, 은행 및 허가된 비은행 기관만이 발행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한다.

  •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 그리고 디지털 시대 달러 패권 강화를 목표로 하며, 미국 내 비규제 스테이블코인의 단계적 퇴출을 예고한다.

2025년 미국 스테이블코인 지니어스 법안 완벽 핸드북

2025년 7월 18일, 암호화폐 시장의 오랜 숙원이자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첫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 지침 및 설립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일명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마침내 법률로 제정되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무법지대(Wild West) 시대를 끝내고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핸드북은 지니어스 법안의 탄생 배경부터 핵심 구조,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다룬다.

1. 만들어진 이유: 왜 ‘천재적인(GENIUS)’ 법안이 필요했나?

지니어스 법안 이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한마디로 ‘혼돈’이었다. 누구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었고, 그 가치를 뒷받침하는 준비금은 불투명했으며, 규제는 각 주마다 제각각이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는 이러한 준비금 없는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또한,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던 테더(USDT)는 준비금 자산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목받아왔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 핵심 목표를 설정했다.

  1.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갑작스러운 파산이나 ‘뱅크런’ 사태로부터 사용자의 자산을 보호하고, 이것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

  2. 혁신 촉진과 달러 패권 유지: 명확한 규제의 틀 안에서 책임감 있는 혁신을 장려하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도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도록 만든다.

비유하자면: 이전까지 스테이블코인은 개인이 만든 ‘사설 도로’와 같았다. 도로 품질도 제각각이고, 통행료 기준도 없으며, 사고가 나도 책임질 주체가 불분명했다. 지니어스 법안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고속도로’ 건설 표준을 만들고, 안전 규정과 신호등을 설치하며, 공식 면허를 가진 운전자만 운행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같다.

2. 법안의 핵심 구조: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가?

지니어스 법안은 크게 ‘발행 주체’, ‘준비금 요건’, ‘감독 체계’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 지급결제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의 정의

먼저 법안은 규제 대상을 명확히 했다. ‘지급결제 스테이블코인’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고정된 화폐 가치로 상환, 환매, 재구매할 의무가 발행사에게 있는 디지털 자산.

  • 결제나 청산의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

  • 중요한 것은,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 스테이블코인은 연방 증권법상 ‘증권(Security)‘이나 상품거래법상 ‘상품(Commodity)‘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는 SEC나 CFTC의 직접적인 규제 대신, 새로운 연방 감독 체계 아래에 놓인다는 의미다.

나. 발행 주체의 제한: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이제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된 발행사(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는 세 종류로 나뉜다.

발행 주체 종류설명주요 감독 기관
1. 은행 자회사FDIC 보험에 가입된 은행 또는 신용조합의 자회사연방준비제도(FRB), OCC
2. 연방 인가 비은행 발행사연방준비제도(Fed)의 심사를 통과하여 연방 차원의 라이선스를 받은 비은행 기관연방준비제도(FRB)
3. 주(州) 인가 비은행 발행사각 주의 금융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고, 연준의 감독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주 금융 당국 & FRB

이는 기존의 거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였던 테더나 서클 같은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 세 가지 경로 중 하나를 통해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 1:1 준비금 원칙과 투명성 의무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모든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장치다.

  • 100% 준비금 보유: 발행된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고품질 유동자산을 ‘1대1’ 비율로 보유해야 한다.

  • 허용된 준비자산: 준비금은 오직 아래와 같은 안전자산으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 미국 달러화 현금

    • 만기 90일 이내의 미국 단기 국채(T-Bills)

    • 연방준비제도 지급준비금

    • 연준이 승인한 기타 안전 유동자산

  • 준비금 재사용(재담보) 금지: 고객 자산인 준비금을 가지고 또 다른 대출이나 투자를 하는 행위(Rehypothecation)가 엄격히 금지된다.

  • 월간 투명성 보고: 모든 발행사는 매월 준비금의 구성 내역을 담은 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하며, 해당 보고서는 CEO와 CFO의 서명을 통해 사실임을 인증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물품 보관소’와 같다. 고객이 1달러짜리 물건(스테이블코인)을 맡기면, 보관소는 그 1달러를 금고에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투자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매달 금고를 열어 모든 고객에게 “여러분의 돈이 여기 안전하게 있습니다”라고 보여주는 것이 바로 월간 보고 의무다.

3. 사용법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

지니어스 법안은 단순히 규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가. 강화된 소비자 보호 장치

  • 파산 시 우선 변제권: 만약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이 아닌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들이 준비금 자산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변제받을 권리를 가진다.

  • 허위 광고 금지: 스테이블코인이 마치 정부에 의해 보증되거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마케팅 활동이 금지된다.

  • 불법 자금 세탁 방지(AML/CFT): 모든 발행사는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나. 시장의 재편: 옥석 가리기의 시작

  • 비규제 스테이블코인의 퇴출: 법안은 미국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예: 현재의 테더)의 유통을 3년간의 유예기간 후 금지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USDT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Circle의 USDC나 JP모건 같은 은행이 발행하는 규제 준수 스테이블코인이 주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 기관 투자자 유입 가속화: 규제의 명확성은 그동안 시장 진입을 망설였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거대 기관 투자자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을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다.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 2년 유예

테라-루나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안은 다른 암호화폐에 의해 내생적으로 담보되는 새로운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2년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 조항을 포함했다. 이는 규제 당국이 해당 기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4. 심화 내용: 행간에 숨겨진 의미들

가. 은행과 비은행 핀테크의 타협

법안 통과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누가 발행을 주도할 것인가’였다. 전통 은행권은 자신들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핀테크 및 암호화폐 업계는 혁신을 저해하는 독점이라며 반발했다. 최종안은 비은행 기관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발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되, 한 가지 중요한 제한을 두었다.

“비은행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고유 기능인 ‘예금’을 대체하여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나. 달러 패권의 디지털 확장

지니어스 법안은 단순한 금융 규제를 넘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에 맞서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이 담겨있다. 전 세계의 디지털 거래가 규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미국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대부분 미국 국채로 구성된다는 점은 미국 정부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론: 새로운 시대의 서막

지니어스 법안은 암호화폐 시장에 던져진 ‘주사위’다. 단기적으로는 비규제 사업자들의 퇴출과 같은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탈중앙화 금융(DeFi),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른 영역에 대한 후속 규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지니어스 법안은 그 거대한 흐름의 첫 번째 이정표로서,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