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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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뷸레이션은 동적 계획법의 한 종류로, 가장 작은 문제부터 차례대로 해결하여 최종 답을 구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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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귀 호출의 비효율성(중복 계산, 스택 오버플로우)을 해결하기 위해 반복문을 사용하여 DP 테이블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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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이제이션과 유사하지만, 타뷸레이션은 재귀 없이 반복문으로 구현되며 모든 하위 문제를 계산하는 특징이 있어 문제 유형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코딩 고수가 되는 지름길 동적 계획법 타뷸레이션 완벽 핸드북
알고리즘의 세계는 마치 거대한 미로와 같습니다. 수많은 갈림길과 막다른 길 앞에서 우리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내야 하죠. 이때 우리에게 강력한 나침반이 되어주는 도구가 바로 ‘동적 계획법(Dynamic Programming, DP)‘입니다. 그리고 그 동적 계획법을 구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우리가 탐험할 **타뷸레이션(Tabulation)**입니다.
많은 분이 재귀를 이용한 ‘메모이제이션(Memoization)‘은 익숙하지만, 타뷸레이션은 어딘가 낯설고 어렵게 느낍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 핸드북을 끝까지 읽고 나면, 타뷸레이션이 오히려 더 직관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마치 작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 거대한 성을 짓는 것처럼, 가장 작은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타뷸레이션의 매력에 빠져보시죠.
1. 타뷸레이션은 왜 만들어졌을까? (탄생 배경)
타뷸레이션의 탄생 비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재귀(Recursion)‘의 명과 암을 알아야 합니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다시 호출하는 재귀 함수는 복잡한 문제를 매우 우아하고 간결한 코드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피보나치 수열을 예로 들어볼까요?
def fibonacci_recursive(n):
if n <= 1:
return n
return fibonacci_recursive(n-1) + fibonacci_recursive(n-2)
정말 간단하죠? 하지만 이 코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있습니다. fibonacci_recursive(5)
를 호출하는 과정을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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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5)
는fib(4)
와fib(3)
을 호출합니다. -
fib(4)
는fib(3)
과fib(2)
를 호출합니다. -
어?
fib(3)
이 여기서 또 호출되네요. 이미fib(5)
를 계산할 때 호출했는데 말이죠.
이처럼 단순한 재귀는 똑같은 계산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n
이 조금만 커져도 계산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컴퓨터는 금세 지쳐버릴 겁니다.
게다가 함수를 호출할 때마다 호출 정보(매개변수, 복귀 주소 등)가 ‘콜 스택(Call Stack)‘이라는 메모리 공간에 쌓이는데, 재귀가 너무 깊어지면 이 공간이 가득 차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라는 무시무시한 에러를 내뿜으며 프로그램이 강제 종료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재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적 계획법’이 등장했습니다. 동적 계획법의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한 번 계산한 문제의 결과는 어딘가에 저장해두고, 다시 필요할 때 꺼내 쓰자!”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방식이 바로 메모이제이션과 타뷸레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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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이제이션 (Memoization): 재귀의 구조는 그대로 가져가되, 계산 결과를 저장할 캐시(배열이나 딕셔너리)를 둡니다. 함수가 호출되면 가장 먼저 캐시를 확인해서 이미 계산된 값이면 바로 반환하고, 아니면 계산한 뒤 캐시에 저장하고 반환합니다. 이를 ‘하향식(Top-down)’ 방식이라고 합니다. 큰 문제에서 시작해서 작은 문제로 내려가며 해결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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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뷸레이션 (Tabulation): 재귀를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문제의 가장 작은 단위(base case)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계산 결과를 표(Table)에 채워나갑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문제의 답을 표에서 찾아냅니다. 이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라고 합니다. 가장 작은 벽돌부터 쌓아 올리는 것처럼요.
결론적으로 타뷸레이션은 재귀의 중복 계산과 스택 오버플로우 문제를 **반복문(Iteration)**과 결과 저장용 테이블을 사용해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탄생한, 매우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타뷸레이션의 구조: 테이블과 반복문
타뷸레이션의 핵심 구조는 이름 그대로 ‘테이블(Table)‘입니다. 보통 1차원 또는 2차원 배열로 만들어지며, 이 테이블을 ‘DP 테이블’이라고 부릅니다. 각 칸(cell)은 특정 하위 문제(subproblem)의 해결 값을 의미합니다.
타뷸레이션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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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만들기: 해결해야 할 문제의 크기에 맞게 DP 테이블을 생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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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값 설정: 가장 작은 문제, 즉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베이스 케이스(Base Case)‘에 해당하는 값을 테이블에 미리 채워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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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화식 기반 반복: 반복문을 통해 테이블을 순회하며, 이전에 계산된 값들(더 작은 하위 문제의 답)을 이용하여 다음 칸의 값을 계산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규칙이 바로 ‘점화식(Recurrence Rel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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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과 도출: 반복문이 모두 끝나면 테이블이 완성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최종 문제의 답은 테이블의 특정 위치(보통 가장 마지막 칸)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다시 피보나치 수열을 예로 들어 타뷸레이션으로 풀어보겠습니다. fib(n)
을 구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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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만들기:
n
까지의 피보나치 수를 저장해야 하므로, 크기가n+1
인 1차원 배열dp
를 만듭니다.dp[i]
는 i번째 피보나치 수를 의미합니다. -
초기값 설정: 피보나치 수열의 가장 작은 문제는
fib(0)
과fib(1)
입니다. 우리는fib(0) = 0
,fib(1) = 1
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dp[0] = 0
,dp[1] = 1
로 설정합니다. -
점화식 기반 반복: 피보나치 수열의 점화식은
fib(i) = fib(i-1) + fib(i-2)
입니다. 이를 우리 DP 테이블에 맞게 바꾸면dp[i] = dp[i-1] + dp[i-2]
가 됩니다. 이제 i를 2부터 n까지 순회하는 반복문을 만들어 이 점화식을 적용합니다. -
최종 결과 도출: 반복문이 끝나면
dp[n]
에 우리가 원하는 n번째 피보나치 수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코드로 구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def fibonacci_tabulation(n):
if n <= 1:
return n
# 1. 테이블 만들기
dp = [0] * (n + 1)
# 2. 초기값 설정
dp[1] = 1
# 3. 점화식 기반 반복
for i in range(2, n + 1):
dp[i] = dp[i-1] + dp[i-2]
# 4. 최종 결과 도출
return dp[n]
print(fibonacci_tabulation(10)) # 결과: 55
재귀 버전과 비교해 보세요. 함수 호출의 복잡함이 사라지고, 명확한 순서를 가진 반복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것이 타뷸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3. 타뷸레이션 사용법: 5단계 문제 해결 전략
이제 타뷸레이션을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이 5단계 프레임워크를 익히면 어떤 DP 문제가 나와도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문제 예시: 계단 오르기
당신은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정상까지는
N
개의 계단이 있으며, 한 번에 1칸 또는 2칸씩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은 총 몇 가지일까요?
1단계: ‘상태’ 정의하기 (DP 테이블의 의미)
가장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DP 테이블의 각 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dp[i]
= “i번째 계단까지 오르는 방법의 총 가짓수” 이렇게 상태를 정의하면, 우리의 최종 목표는dp[N]
을 구하는 것이 됩니다.
2단계: 점화식 세우기 (상태 간의 관계)
i
번째 계단에 도달하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i
번째 계단에 오려면 그 직전에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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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1
번째 계단에서 1칸 점프하여 오는 경우 -
i-2
번째 계단에서 2칸 점프하여 오는 경우 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따라서i
번째 계단까지 오는 총 방법의 수는 ‘(i-1)번째 계단까지 오는 방법의 수’ + ‘(i-2)번째 계단까지 오는 방법의 수’가 됩니다. -
점화식:
dp[i] = dp[i-1] + dp[i-2]
3단계: 베이스 케이스(초기값) 정의하기
점화식이 의존하는 가장 작은 문제들의 값을 직접 정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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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1]
: 1번째 계단까지 오는 방법은 (0번째에서) 1칸 점프하는 1가지 방법뿐입니다.dp[1]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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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2]
: 2번째 계단까지 오는 방법은 1칸씩 두 번 오거나, 한 번에 2칸 오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dp[2] = 2
(만약 0번째 계단을dp[0]=1
(시작점)으로 정의한다면dp[1]=dp[0]=1
,dp[2]=dp[1]+dp[0]=2
로 더 일관성 있게 초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4단계: 반복 순서(Loop) 정하기
우리는 작은 문제에서 큰 문제 순서로, 즉 dp[1]
, dp[2]
부터 시작해서 dp[N]
까지 순서대로 테이블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반복문은 1 또는 3부터 N
까지 증가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5단계: 코드 구현하기
위의 4단계를 종합하여 코드를 작성합니다.
def climbing_stairs(n):
if n <= 2:
return n
# 1. 테이블 생성 (상태 정의)
# dp[i] = i번째 계단까지 오르는 방법의 수
dp = [0] * (n + 1)
# 3. 베이스 케이스 설정
dp[1] = 1
dp[2] = 2
# 4. 반복문으로 점화식 적용
for i in range(3, n + 1):
# 2. 점화식
dp[i] = dp[i-1] + dp[i-2]
return dp[n]
print(climbing_stairs(5)) # 결과: 8
이처럼 5단계 전략을 따르면 어떤 DP 문제든 논리적으로 분해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타뷸레이션 vs 메모이제이션: 언제 무엇을 쓸까?
두 기법은 동적 계획법이라는 큰 틀을 공유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며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립니다.
특징 | 타뷸레이션 (Tabulation) | 메모이제이션 (Memoiz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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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방식 | 상향식 (Bottom-up) | 하향식 (Top-down) |
구현 방법 | 반복문 (Iteration) | 재귀 (Recursion) |
호출 구조 | 정해진 순서대로 계산 | 필요한 하위 문제만 호출 |
성능 (속도) | 함수 호출 오버헤드가 없어 일반적으로 약간 더 빠름 | 재귀 호출로 인한 오버헤드가 있을 수 있음 |
성능 (메모리) | 스택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아 안정적 | 재귀 깊이가 깊어지면 스택 오버플로우 발생 가능 |
계산 범위 | 모든 하위 문제의 답을 계산함 | 필요한 하위 문제의 답만 계산함 |
사용 추천 경우 | 모든 하위 문제의 답이 필요한 경우, 재귀 깊이가 매우 깊어질 수 있는 경우 | 일부 하위 문제만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재귀적 구조가 훨씬 직관적인 문제 |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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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뷸레이션은 모든 하위 문제를 계산해야 최종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에 강력합니다. 또한 재귀의 깊이가 예측할 수 없이 깊어질 수 있는 문제에서 스택 오버플로우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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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이제이션은 문제의 구조상 모든 하위 문제를 풀어볼 필요가 없을 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조건에 따라 탐색하는 경로가 크게 달라지는 문제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계산하는 메모이제이션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딩 테스트 문제에서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정답으로 인정되며, 성능 차이도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본인에게 더 직관적이고 실수 없이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타뷸레이션 방식이 반복문 기반이라 디버깅이 조금 더 용이하고, 코드의 흐름이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개발자가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심화: 2차원 DP 테이블과 실제 적용 사례
지금까지는 1차원 배열을 사용하는 간단한 예시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더 복잡한 문제들은 2차원, 심지어 3차원 DP 테이블을 필요로 합니다.
대표적인 2차원 DP 문제: 최장 공통 부분 수열 (LCS)
두 문자열
S1
,S2
가 주어졌을 때, 두 문자열에 모두 포함된 가장 긴 부분 수열의 길이를 찾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S1 = "AGGTAB"
,S2 = "GXTXAYB"
의 LCS는"GTAB"
이고 길이는 4입니다.
이 문제는 dp[i][j]
를 “S1의 첫 i
글자와 S2의 첫 j
글자까지의 LCS 길이”로 정의하여 2차원 테이블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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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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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i-1] == S2[j-1]
이면:dp[i][j] = dp[i-1][j-1] + 1
(두 문자가 같으면 길이를 1 증가) -
S1[i-1] != S2[j-1]
이면:dp[i][j] = max(dp[i-1][j], dp[i][j-1])
(두 문자가 다르면, 이전 단계에서 더 긴 쪽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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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제의 상태를 정의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변수가 필요할 때 DP 테이블의 차원이 늘어납니다.
실제 적용 사례: 타뷸레이션을 포함한 동적 계획법은 컴퓨터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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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정보학: DNA 염기서열 분석 및 정렬 (LCS 알고리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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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라우팅: 최단 경로 탐색 알고리즘 (벨만-포드, 플로이드-워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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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처리: 이미지 압축 및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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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모델링: 최적 투자 포트폴리오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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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일러: 코드 최적화
결론: 벽돌을 쌓아 올리는 지혜
타뷸레이션은 화려한 기교가 아닌, 우직함과 꾸준함의 미학을 담고 있는 알고리즘입니다. 가장 작은 문제라는 벽돌 한 장에서 시작해, 점화식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문제라는 성을 완성하게 됩니다.
재귀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계산된 결과를 재활용하여 폭발적인 효율성을 이끌어내는 타뷸레이션의 ‘상향식’ 접근법은 여러분이 알고리즘 문제 해결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데 훌륭한 발판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타뷸레이션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습니다. 다양한 동적 계획법 문제에 이 5단계 전략을 적용하며 여러분만의 ‘성’을 쌓아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낯설지 몰라도, 몇 번의 연습을 거치고 나면 어떤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테이블을 펼치고 반복문을 써 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